아가서를 어떻게 해석할까?

김영명 교수의 아가서 산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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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교수의 아가서 산책(1)

아가서를 어떻게 해석할까?  

아가서는 이스라엘 통일왕국의 3대 왕 솔로몬과 그가 사랑했던 술람미 여인과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이상적인 부부의 아름답고 열정적이며 헌신적인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가서는 정경성에 대한 논란이 가장 많았던 책입니다. 아가서는 남녀의 육체적인 아름다움과 육체적 사랑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하나님의 이름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가서를 해석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첫째는, 알레고리적 접근방식입니다. 주전 100년경 활동했던 유대교 랍비 아키바는 아가서가 지성소와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가서를 해석할 때는 인간의 성보다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후 유대교에서는 왕과 연인과의 관계를 하나님과 선택받은 백성 이스라엘과의 관계로 해석하였습니다.

주후 700～900년경 히브리어 성경을 아람어로 번역한 ‘탈굼’에 보면, 아가서를 이스라엘의 역사와 연관 짓습니다. 1장은 출애굽과 시내산 그리고 가나안 정복을, 2장은 솔로몬 성전시대를, 3장은 이스라엘의 범죄와 바벨론 유수를, 4장은 귀환과 성전 재건을, 5장은 로마제국 시대의 메시아 대망과 관련하여 해석하였습니다. 1장 2～9에서 여인이 남자의 입맞춤을 사모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갈망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남자에게 그녀의 침실로 이끌어 달라고 할 때 그녀의 침실은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해석합니다. 입맞춤은 율법수여를 뜻하므로 시내산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받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유대교의 신학자 이븐 에스라는 7장 2절의 ‘당신의 배꼽’을 ‘대 산헤드린’으로, ‘섞은 포도주’는 율법으로, ‘당신의 허리는 백합과를 두른 밀단과도 같도다’는 ‘소 산헤드린’으로 해석하였습니다.

기독교의 알레고리적 해석은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중심으로 해석합니다. 루터는 1장 2절의 ‘입술의 입맞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1장 5절의 ‘검은 피부’는 ‘교회의 죄악성’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칼빈은 5장 3절 ‘내가 발을 씻었으니 어찌 다시 더럽히랴마는’을 ‘회개’의 관점에서 해석하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드라마적 접근방법이 있습니다. 왕과 연인의 주고받는 사랑의 대화로 보거나, 솔로몬과 여인, 그리고 그 여인의 연인인 목자와의 삼각구도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가장 전통적인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과의 사랑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1-2-3장에서 솔로몬의 지속적인 구애로 이들은 마침내 결혼합니다. 4장에서 두 사람은 신방에서 친밀한 관계를 갖습니다. 5장에서 아내가 실수를 범하고 성중에서 헤맵니다. 6장에서 남편의 사랑이 새로워지고 더욱 깊은 사랑의 관계가 됩니다. 7-8장에서 더욱 성숙한 사랑을 하게 됩니다. 주인공을 세 사람으로 보는 견해는 조금 다릅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음탕한 왕이 한 시골 소녀에 매혹되어 후궁으로 들이기를 원합니다. 신랑으로 나오는 모든 부분은 목자로 해석하고, 3:6-11과 8:10-12을 솔로몬이 소녀를 강제로 차지하려는 시도로 해석합니다. 이에 그녀가 목자인 시골 남자를 깊이 사랑하여 왕의 접근을 거절하고 끝까지 정절을 지키고 사랑의 승리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견해는 왕과 시골 목자를 구분하기가 어렵고, 솔로몬 왕과 술람미 여인의 사랑이야기로 보는 전통적 이해와는 달리 솔로몬을 사랑의 유혹자 또는 강탈자로 취급하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사랑의 시와 노래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이런 해석이 많이 선호되고 있습니다. 신학자 폴크는 아가서를 33편의 노래 모음으로, 신학자 롱맨은 23편의 노래들으로 이해하였습니다.

세 가지 접근법 이외에도 아가서를 고대 근동 또는 가나안의 신화와 다산의 제의와 관련된 문헌으로 이해하는 제의적 해석, 고대 근동의 장례식에는 여자와 술과 노래로 축제가 벌어졌다고 하여 장례적 관점에서 보는 해석, 고대 근동에서 신랑 신부가 1주일 동안 왕과 왕비의 역할을 하면서 춤을 추며 노래했다며 혼인식을 위한 본문으로 간주하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세 가지 해석을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아가서가 다산과 연결되었다는 암시를 찾을 수 없고, 죽음과는 관련이 없으며, 결혼 축제를 위한 7일간의 내용으로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아가서는 창조신학과 구속신학 모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창조신학적 차원에서 보면 인간의 성은 인간에게 주신 창조주의 선물이며, 남녀간의 육체적 사랑은 거룩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성경적 인간론은 “인간의 몸은 영혼과 함께 하나님의 형상으로 통일체를 이룬다.”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타락하면 성은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왜곡되면 성은 쾌락의 도구로 전락합니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합니다. 인생이 파괴됩니다. 가정과 사회가 파괴됩니다. 하나님의 진노를 사게 됩니다. 심판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므로 오직 그리스도의 재창조적 구속사역을 통해 그분 안에서, 그분의 가르침 안에서 남성과 여성은 아름다운 합일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범주 안에서 성은 좋은 것이며 기쁜 것입니다. 결혼 관계 안에서 성을 건강하게 즐기는 것은 전혀 악한 것이 아닙니다. 아가서는 솔로몬의 지혜서인 잠언 전도서 아가서의 한 권입니다. 부부관계에서 지혜에 이르는 안내서입니다. 아가서는 인간의 성과 사랑을 하나님을 잘 섬기는 지혜의 안목으로 바라보도록 해 줍니다.

한편, 우리는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과의 사랑이야기에서 예수님과 그의 신부인 교회의 사랑이야기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비천한 양치기 소녀가 왕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신부가 됩니다. 왕의 사랑과 은총을 충만히 받은 신부는 사랑하는 신랑과 어디든지 동행합니다. 왕궁 침실뿐만 아니라 죽음의 산인 몰약산까지 갑니다. 아가서를 통하여 예수님과 우리의 사랑이 그렇게 깊어지고 예수님과 동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예수님의 참 신부로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계속]

김영명 교수 

온석대학원대학교 교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