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은 소명을 어디서 받은 것인가?
창세기 11장 27-12장 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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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중앙신문 기자 작성일22-01-20 13:49본문
김종윤 교수의 집중분석
아브라함 가족이 갈대아 우르를 떠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창세기 11장 31절은 “데라가 그 아들 아브람과 하란의 아들인 그의 손자 롯과 그의 며느리 아브람의 아내 사래를 데리고 갈대아인의 우르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하더니 하란에 이르러 거기 거류하였으며”고 전함으로써 데라가 그의 아들 아브람과 며느리인 사래 그리고 롯을 데리고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갈대아 우르를 출발했다고 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창세기 12장 4절은 “이에 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갔고 롯도 그와 함께 갔으며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에 칠십오 세였더라”라고 전함으로써 마치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장소가 하란이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이것에 대해 카일과 델리취의 주석은 “우르에서 이동하게 된 단순한 사실은 하나님으로부터의 특별한 부르심 없이 거룩한 감독과 지도로써 이끌어내심을 받은 것이라고 불려 질 수도 있다. 아브람이 처음으로 가나안으로 가도록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은 하란에서 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소명에 대한 성경의 다른 기록들은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갈대아 우르를 떠났다고 전하고 있다. 느헤미야 9장 7절은 “주는 하나님 여호와시라 옛적에 아브람을 택하시고 갈대아 우르에서 인도하여 내시고 아브라함이라는 이름을 주시고” 라고 전하고 있고 하나님도 친히 창세기 15장 6절에서 “나는 너를 갈대아 우르에서 이끌어 낸 여호와로라”라고 소개하고 계신다.
더 나아가 스데반은 사도행전 7장 2-3절에서 다름과 같이 설교한다.
“스데반이 이르되 여러분 부형들이여 들으소서 우리 조상 아브라함이 하란에 있기 전 메소보다미아에 있을 때에 영광의 하나님이 그에게 보여 이르시되 네 고향과 친척을 떠나 내가 네게 보일 땅으로 가라 하시니”
스데반의 설교에 근거한다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신 곳은 하란이 아니라 갈대아 우르였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소명을 부르심을 받은 곳은 갈대아 우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비록 창세기 11장 31절은 마치 데라가 가족을 이끌고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간 것처럼 묘사되어 있으나 그것은 집안의 가장 나이 많은 어른으로서의 대표성을 가지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고 실제로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아브람의 주도하에 그의 가족들이 함께 갈대아 우르를 떠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실 데라는 하나님의 소명을 받아 가족들을 불모의 땅인 가나안땅으로 인도할 신앙을 가지지 못한 자였다. 여호수아 24장 2절은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가 강 저편에 있을 때에 다른 신을 섬겼다고 전하고 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소명을 받은 곳이 갈대아 우르라면 본토와 친척과 아비집을 떠나라는 창세기 12장 1절의 명령은 어디서 주어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야 한다. 창세기 11장 32절은 아브람의 아버지 데라가 하란에서 죽었음을 밝히고 있음으로 하나님이 떠나라고 하신 본토가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곳은 하란이었다고 할 수 있다. 창세기 12장 4절 역시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의 나이가 칠십오세였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 소명을 받은 곳은 갈대아 우르이지만 본토와 친척을 떠나라는 명령을 받은 곳은 하란이었다는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
이같은 불일치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개연성 있는 제안이 바로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소명을 받고 갈대아 우르를 떠날 때 하나님의 명령대로 “본토와 친척 아비집”을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란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가장 끝에 위치한 교통의 요지로서 갈대아 우르와는 같은 문화권에 속해있다. 따라서 누구든지 갈대아 우르에서 하란까지 오는 것은 쉽다. 그러나 하란과 가나안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 속한 것임으로 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란으로 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이같은 다른 문화권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은 하나님의 소명을 직접 받지 않은 나이 많은 데라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 부담으로 인해 하나님의 소명을 따라 가나안 땅으로 가는 것이 지체되어 있었음을 예상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언어학자 게세니우스에 의하면 ‘하란’이란 단어는 갈대어로 ‘지체하는 곳’이며 ‘데라’라는 이름의 뜻은 ‘연기하다’란 원어적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이것을 종합해 본다면 아브라함은 갈대아 우르에서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오 가나안 땅으로 옮겨가려고 갈대아 우르를 떠났지만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하란에 이르러 지체하고 있다고 데라가 죽은 후 하나님께 본토와 친척 아비집을 떠나라는 명령을 받고 다시 소명에 따라 가나안땅으로 칠십오세 때 출발했다고 예상할 수 있다.
다음 호에는 아브라함이 지체한 이유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김종윤 교수
온석대학원대학교 신학과
